[모두의창업] 1기 2라운드 진출 후기
모두의창업 1기 2라운드에 진출했다.
일반/기술트랙으로 500명이 다음 단계로 올라갔는데, 운 좋게 그 안에 들었다. (서울은 88개 팀?이었던듯)

지난 글에서는 왜 내가 또 창업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라운드 두 달 동안 실제로 뭘 했는지,
뭐가 생각보다 어려웠는지,
그리고 2라운드를 준비하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AI 솔루션은 서비스마다 느낌이 다 달랐다
1라운드에서는 AI 솔루션도 지원해준다.
사실 AI 에이전트를 아이템으로 가져가는 입장에서, 창업 준비 과정 자체를 AI로 해보는 것도 하나의 검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러 솔루션들을 둘러보면서 재미있었던 점이 하나 있었다.
솔루션마다 지원에 대한 느낌이 정말 다 달랐다.
어떤 곳은 계정만 열어주고 끝이었고,
어떤 곳은 안내가 조금 부족했고,
어떤 곳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챙겨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프로그램 안에서 같은 조건으로 지원을 해주는데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게 흥미로웠다.
아마 어떤 곳은 이걸 단순히 지원사업 공급 건으로 봤을 것이고,
어떤 곳은 초기 창업가들을 잠재 고객으로 보고 진심으로 붙잡으려고 했던 것 같다.
나도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이다 보니 이 부분이 꽤 크게 다가왔다.
결국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기능보다 그 서비스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인 것 같다.
2기에서는 솔루션을 한 번 걸러냈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꽤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1기를 직접 써본 입장에서는, 몇 개가 있느냐보다 끝까지 챙겨주는 곳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모두의창업카드는 생각보다 쓰기 어려웠다
1라운드 진출자에게는 창업활동자금이 모두의창업카드로 나온다.
처음에는 이걸로 뭘 할지 꽤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생각보다 쓰기가 어려웠다.
이유는 단순했다.
결제가 좀 제한적이었다.
필요하다고 생각한 곳에서 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었고,
결국 내가 쓴 곳은 이 정도였다.
도메인 구입,
도서 구입,
그리고 고객 인터뷰하면서 커피나 식사
개인적으로는 코레일 결제가 아쉬웠다.
물론 공적 자금이니까 사용처를 관리하는 건 이해한다.
다만 초기 창업 단계에서는 써봐야 필요한지 아는 지출이 꽤 많다.
그런 부분에서 조금 더 유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오히려 정책 지원금처럼 말들이 많더라.
이것도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모두의창업이라는 서비스가 피드백을 받으면서 계속 고쳐나가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멘토링은 생각보다 좋았다
1라운드에서 가장 좋았던 건 멘토링이었다.
일단 평소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스타트업 업계에 오래 있어도 만나는 사람은 생각보다 한정적이다.
비슷한 분야,
비슷한 네트워크,
비슷한 이야기.
멘토링은 그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또 하나 좋았던 건, 내 아이템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됐다는 점이다.
창업자는 보통 내가 하고 싶은 걸 중심으로 아이템을 설명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멘토링을 하면서 계속 느낀 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투자자가 보고 싶은 것이 꼭 같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어떤 문제를 푸는지,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왜 내가 해야 하는지,
그래서 어떻게 돈이 되는지.
이런 것들이 내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한다.
억지로 끼워 넣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투자자 관점이 하나의 이야기 안에 잘 녹아 있어야 한다.
결국은 심사위원을 통과해야 한다
2라운드를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이거였다.
1라운드는 아이디어 심사였다.
좋은 문제의식과 아이디어가 있으면 어느 정도는 통과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조금 다르다.
아이디어가 좋은 것과,
그 아이디어가 심사위원에게 좋아 보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심사위원은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서류를 본다.
그 안에서 내 아이템이 왜 선택받아야 하는지가 한눈에 보여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이 아이템을 얼마나 잘 아는지보다
"내가 심사위원이라면 이 서류에서 뭘 먼저 보고 싶을까?"
를 계속 생각하면서 작성했다.
누군가는 이걸 포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조금 다르게 본다.
내 생각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꿔서 전달하는 것도 결국 창업가가 해야 하는 일이다.
투자자를 만날 때도,
고객을 설득할 때도,
팀원을 모을 때도,
결국 필요한 건 같은 능력이다.
심사 서류는 그 연습을 처음 해보는 자리일 뿐인 것 같다.
2기는 꽤 많이 달라졌다
1기를 하는 동안 2기 모집도 진행됐다.
접수는 9월 17일에 마감됐는데, 9만 2천 명 넘게 지원했다고 한다.
1기가 6만 3천 명 정도였으니 1.5배 가까이 늘었다.
선발 인원도 1기 5,000명에서 1만 명으로 두 배가 됐다.
일반·기술 트랙에서 8,000명, 로컬 트랙에서 2,000명을 뽑고, 10월 중에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1기에서 떨어졌다가 다시 도전한 사람도 1만 9천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숫자가 제일 반가웠다.
지난 글에서 탈락 이야기를 하면서, 결과보다 피드백을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썼었다.
그 피드백을 들고 다시 들어온 사람들이 이만큼 된다는 거니까.
단계별 혜택 구조는 1기와 비슷하다.
1라운드는 창업활동자금 200만 원에 AI 솔루션 지원, 책임 멘토링.
2라운드는 MVP 제작비를 최대 2,000만 원까지 차등 지원하고, GPU, 규제 스크리닝, 멘토링이 붙는다.
로컬 트랙은 2라운드에서 사업화자금 최대 3,000만 원에 보육공간까지 지원된다.
그리고 최종 오디션까지 가면 상금과 투자금이 최대 10억 원이다.
1기를 직접 겪어본 입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이런 것들이었다.
창업활동자금을 온라인 결제대행(PG) 업종에서도 쓸 수 있게 됐다.
앞에서 모두의창업카드가 쓰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부분이 조금은 풀린 것 같다.
AI 솔루션은 50개로 늘었다.
다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냥 늘리기만 한 게 아니라 한 번 걸러냈다고 들었다.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도 업력 7년 이내면 지원할 수 있게 됐다.
1기는 3년 이내였다.
심사 방식도 바뀌었다.
멘토 3명이 함께 평가하는 다면심사가 들어갔고, 사업계획서의 AI 생성률과 표절률도 검사한다고 한다.
AI 생성률 검사는 개인적으로 꽤 재미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AI를 쓰지 말라는 이야기라기보다, 결국 자기 언어로 자기 사업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가깝다고 본다.
앞에서 말한 심사위원을 통과하는 글쓰기와도 결국 같은 이야기다.
AI는 정리를 도와줄 수는 있어도, 내가 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까지 대신 말해주지는 못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규모가 더 커진다.
2027년 예산안에서 모두의창업에 4,411억 원이 편성됐고, 선발 규모도 2만 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단계별 사업화자금도 평균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올리고, 예비창업패키지도 모두의창업으로 통합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상 앞으로 정부 창업 지원의 중심이 이쪽으로 오는 셈이다.
그래서 지금 1기, 2기에서 나오는 시행착오와 피드백이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지금 고쳐지는 것들이 결국 다음 몇 년 동안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출발선이 될 테니까.
(세부 일정이나 조건은 바뀔 수 있으니, 지원하실 분들은 공식 공고를 꼭 확인하시길.)
마무리
1라운드를 지나면서 느낀 건, 아이디어만으로 되는 단계는 생각보다 빨리 끝난다는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검증이고,
설득이고,
결국 실행이다.
이제 2라운드다.

MVP를 실제로 만들고, 지역 오디션을 거쳐서 12월에 최종 200명이 가려진다. 2라운드 발표때까지 시제품이 필수는 아니라고 하지만 글쎄..그래도 검증을 뭔가 할수 있는 어떤 지표를 만들고 싶긴한데...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그래도 한 발은 더 들어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