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 창업을 하려고 하는 걸까 - 모두의창업 1기 합격 후기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모두의창업 1기」에 최종 합격했고, 출범식에도 다녀왔다.
원래는 가볍게 합격 후기를 써보려고 했다.
그런데 출범식도 다녀오고, 커뮤니티 반응도 보고,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단순한 합격 후기보다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사실 이 글은 모두의창업 후기이기도 하지만, 왜 내가 또 창업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지원할지 말지도 꽤 고민했다
이번 모두의창업에 지원하기 전까지 꽤 오래 고민했다.
사실 지금도 충분히 바쁘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고, AI 관련 프로젝트도 하고 있고, 공부하고 싶은 것도 많다.
그래서 한동안은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또 일을 벌리는 건 아닐까?"
창업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디어 하나를 적는 일이 아니다.
시간도 들어가고, 에너지도 들어가고, 책임도 따라온다.
그래서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결국 지원하게 된 이유는 이번 아이템이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내 아이디어보다 내 고통에서 시작했다
사실 이번에 지원한 아이템의 구체적인 이름을 공개할 생각은 없지만,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아이템은 내가 실제 업무를 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지점에서 시작됐다.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모됐고,
왜 아직도 이걸 사람이 직접 하고 있을까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불편한 줄 알았다.
그런데 스타트업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현업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전에는 내 아이디어나 내 생각만으로 창업에 도전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내가 겪은 문제,
주변 대표들이 겪는 문제,
그리고 실제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들을 하나씩 모아보니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깊게 파고들고 있는 분야도 AI Agent였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Agent는 단순히 GPT를 감싼 래퍼 서비스와는 조금 다르다.
질문에 답변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업무를 이해하고,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고, 여러 도구와 시스템을 연결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향에 가깝다.
예전에도 이런 아이디어는 있었다.
하지만 기술이 부족했다.
그런데 최근 AI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서 처음으로
"이제는 진짜 가능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아이템은 AI가 유행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를 이제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쪽에 더 가깝다.
AI 때문에 다시 창업을 생각하게 됐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크게 바뀐 것은 AI다.
특히 내가 관심 있게 보고 있는 분야는 AI 에이전트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에이전트는 단순히 GPT를 감싼 래퍼 서비스와는 조금 다르다.
질문에 답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업무를 이해하고,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고, 여러 도구를 연결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향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아이디어 자체가 새롭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도 비슷한 생각은 있었다.
문제는 기술이 따라오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몇 달 걸리던 것들이 이제는 며칠 만에 가능하다.
혼자서도 MVP를 만들 수 있고,
고객 반응을 확인할 수 있고,
실제 사용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성공이 쉬워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검증은 훨씬 쉬워졌다.
오히려 지금은 만들 수 있느냐보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라고 느낀다.
이번 아이템 역시
"AI가 유행하니까"
가 아니라
"원래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가 있었는데 이제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
에 더 가깝다.
출범식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
출범식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의외로 희망찬 성공담이 아니었다.
오히려
"창업은 가시밭길이다."
"정말 힘들다."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라는 이야기였다.
장관의 축사에서도,
선배 창업가들의 강연에서도 비슷한 메시지가 반복됐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처음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약간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반면 나는 계속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왜냐하면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다르게 들린다
나 역시 과거에 창업을 경험해봤다.
그리고 지금도 스타트업 업계 안에 있다.
그래서 "창업은 힘들다"라는 말이 단순한 격려 멘트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실제로 창업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제품을 만드는 것도 어렵고,
고객을 찾는 것도 어렵고,
돈을 버는 것도 어렵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을 견디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출범식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전혀 과장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같은 이야기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경험은 생각보다 강력한 필터인 것 같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출범식을 다녀오면서 처음 창업을 준비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벌써 10년 정도 전 이야기다.
그때는 정말 막막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도 몰랐고,
어디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지금 돌이켜보면 창업 자체보다 창업 생태계에 진입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특히 투자사를 만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투자사가 있는지,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모두의창업은 상당히 많은 과정을 압축해놓은 프로그램처럼 보였다.
교육,
멘토링,
커뮤니티,
투자 연계,
후속 지원까지.
물론 완벽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처음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구간은 예전보다 훨씬 줄어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이런 부분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모두의창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 다른 것 같다
최근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정말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어떤 사람은 지원금 규모를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은 솔루션을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은 선발 결과를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은 개인정보 이슈를 이야기한다.
모두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평가도 달라지는 것 같다.
흥미로운 점은 나는 이 프로그램을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을 오래 하다 보니 지원사업이라기보다 하나의 실험처럼 보인다.
기존 창업 지원 사업들이 가지고 있던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시도처럼 느껴진다.
탈락에 대한 생각
이번 프로그램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지원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렇다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모두 선발되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1만 명이라면, 예산이 5천 명 분밖에 없을 때는 결국 어딘가에서 선을 그어야 한다.
그것이 점수일 수도 있고, 평가 기준일 수도 있고, 인터뷰일 수도 있다.
물론 그 과정이 완벽할 수는 없다.
충분히 합격할 만한 사람이 떨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평가의 문제라기보다 자원의 한계에 더 가까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창업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투자도 그렇고,
지원사업도 그렇고,
결국 한정된 자원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커뮤니티나 스레드를 보면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이번 모두의창업은 단순히 합격, 불합격 결과만 전달한 것이 아니라 멘토들의 피드백도 함께 제공했다.
생각보다 꽤 정성스럽게 적어주신 분들도 많았다.
그런데 댓글이나 반응을 보다 보면
"그래서 왜 떨어진 거죠?"
라는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보였다.
물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탈락하면 아쉽고, 억울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예전에 지원사업에 떨어졌을 때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다.
다만 창업을 하다 보면 점점 결과보다 피드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합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만, 좋은 피드백은 다음 시도에서도 계속 남는다.
오히려 창업가라면
"왜 떨어졌지?"
보다
"이 피드백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
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사업을 하다 보면 투자자에게도 거절당하고, 고객에게도 거절당하고, 지원사업에서도 떨어진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결국 도움이 됐던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은 피드백이었다.
그래서 이번 모두의창업 역시 합격 여부 자체보다도,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결국 더 오래 살아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의창업도 하나의 스타트업처럼 보였다
최근 여러 논란들을 보면서 재미있는 생각이 하나 들었다.
모두의창업 자체도 하나의 스타트업 같다는 생각이었다.
참가자들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고,
그만큼 높은 완성도를 요구한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프로그램 역시 새로운 시도다.
정부도 오랫동안 창업 지원 사업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피드백을 받았을 것이다.
사업계획서 중심 평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창업,
실행보다 평가에 집중되는 구조.
아마 모두의창업은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보려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창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서비스는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다.
출시하고,
피드백을 받고,
고치고,
또 수정한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나아진다.
지금 모두의창업에서 나오는 여러 불만과 논란도 어쩌면 비슷한 과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없느냐가 아니라,
그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개선하느냐일 것이다.
창업가는 문제를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재미있었던 점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도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불편해하는 부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정보 전달 방식,
커뮤니티 구조 등을 보다 보면
"이건 이렇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누군가는 문제를 보고 불만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문제를 보고 해결 방법을 생각한다.
창업가는 아마 후자에 가까운 사람들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모두의창업을 보면서도 단순히 참가자의 입장으로만 바라보지는 못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창업은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무리
개인적으로 모두의창업은 아직 평가하기 이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막 시작됐고,
앞으로도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10년 전 처음 창업을 준비하던 시절보다 지금은 훨씬 많은 기회와 연결고리가 생겼다.
그리고 AI 덕분에 아이디어를 실제로 검증하는 비용도 말도 안 되게 낮아졌다.
창업은 여전히 어렵다.
출범식에서 수없이 들었던 것처럼 정말 가시밭길에 가깝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 창업에 도전한다.
아마 그 과정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이유 때문에, 지금도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으면서 또 새로운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모창 솔루션이나 사업비 지원 규모에 대한 생각은 다음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